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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그래밍 공부 시작하기-2> 어떤 언어를 공부해야 하나요프로그래밍 2020. 3. 24. 10:12
난 사실 어쩌다 보니 개발자, 프로그래머가 되어있었다. 개발자에 대한 꿈도 없었고 ... 그냥 아무것도 없는 사람이었다. 대학에서는 반도체 관련 수업만 들었고, 심지어 졸업 시기에는 반도체 관련 회사에서 4개월동안 인턴 근무도 하였다.
졸업 시기에 반도체 회사에서 인턴을 하고 있던 때였다. 평소와 다를 바 없이 대학 기숙사에서 축구동아리 활동으로 신나게 축구를 하고 있었다. 이미 취업을 마친 영돈이형이 나에게 제안을 해왔다.
"리오야 우리 회사 신입 개발자 뽑는데 너 지원 안할래?" 나름 반도체 대기업에 인턴이었던 나는
"형 저는 전공이 달라요. 저는 반도체 쪽이에요. 컴공 애들이 그쪽일껄요?"
"비전공자도 뽑는다던데? 올해 어차피 하반기 다 끝났으니까 한번 넣어나봐"
"그래요? 한번 써보기나 해볼까요?"
한번 써보기나... 이 단어가 지금의 나를 개발자로 만들었다.
개발회사의 면접은 정말 비전공자도 뽑는 지원자격이었고, 면접에서 단 하나의 개발 관련 질문도 받지 않았다. 뭔가 아이큐 테스트를 하는 느낌의 문제들을 질문 받았고, 지원자들은 기상천외한 답변들을 늘어놓았다. 사실 나는 필사적이지 않았고, 합격한다면 조금 다니다가 원래 전공으로 돌아가려는 생각이었기 때문에 그러한 질문들에 서슴없이 내 생각을 대답하였다.
'하반기 개발자 채용 최종합격'
메일을 받았다. 합격을 해버렸다. 그렇게 나는 개발자가 되어버렸다.
우여곡절 끝에 첫 출근을 하였다. 내 책상엔 새 책이 수북하게 쌓여있었다. 객체 지향, 자바, TDD ... 등등 잘 모르는 이름으로 되어 있는 책들이었다. '아 이게 신입사원 교육 교재인가' 생각하고 정갈하게 책 첫페이지를 깔끔하게 접어놓았다. 설레는 마음과 함께 신입사원 교육에 참여했다.
기대와는 다르게 신입사원 교육은 개발자 업무에 관련된 직접적인 내용은 없었다. 팀워크나 예절 관련된 교육이 주를 이뤘다. 교육 커리큘럼을 보아도 개발 관련된 일정은 없었다. '이 교육이 다 끝나고 나면 개발교육을 따로 받는건가' 생각하고 커리큘럼에 성실히 임했다. 독후감도 쓰고 협동해서 마시멜로도 쌓아올리고 많은 것들을 하였다.
같이 교육을 받아보니 동기들과 대화를 많이 하게 되었다. 대화를 나누면서 알게된 점은 비전공자가 거의 없다는 점이었다. 분명 비전공자도 뽑는다는 걸 보고 지원해서 합격한 나이기에 동기들 중에도 비전공자가 많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비전공자가 전체의 10프로도 안되는 느낌이었다. 무언가 좋지 않은 예감이 스치는 느낌이었지만 그때는 알지 못했다.
두달 간의 신나는 신입사원 교육을 마치고 나는 소속팀으로 배정 받게 되었다. '이제 진짜 개발을 배울 수 있게 되는건가' 생각에 설렌 마음으로 소속팀으로의 출근을 하였다. 그리고 충격적인 말을 듣게 되었다. 개발 관련은 준비 중이고 그때까지는 일단 업무를 하고 있으라는 말이었다.
'그때까지 일단 업무를 하고 있으라고? 난 아무것도 모르는데?'
동기들에게 카톡을 날렸다. 다들 혼란이 온 것 같지만 나만큼은 아닌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불안한 마음을 가지고 팀장님에게 이야기를 하였다.
"팀장님, 저 사실은 비전공자로 입사를 해서 정말 아무것도 프로그래밍에 대해 모르는데 어떻게 하나요?"
"오 리오~ 걱정마지마! 공부할 시간 줄꺼니까 충분히 공부하고 멘토도 붙여줄테니까 걱정마~"
나중에 알게된 사실이지만 그때 팀장님은 정말 호기로운 분이었다. 매사에 긍정적이고 열정이 넘치는 분이다. 어쨌든 팀장님의 말씀에 나는 약간의 불안감을 해소할 수 있었지만 그 때부터가 나의 시작이었다.
자리에 앉았다. 팀장님이 나에게 공부할 시간을 주셔서 나는 주어진 시간 안에 회사가 기대하는 기대치만큼 준비를 해야만 했다. 한편으로는 억울함도 밀려왔다. 자신있게 교육시켜줄테니 걱정말라던 인사팀장님의 얼굴도 떠오르고 내 전공으로 돌아가면 되는건가 라는 나약한 생각들이 머릿 속을 채워왔다.
그 시기에 내가 알고 있던 건, 내가 자바 개발자라는 것이었다. 정확히는 자바로 개발하기 위해 뽑힌 신입사원이었다. 자바 기본서부터 읽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때까지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호기롭게 책을 펼쳤다.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지만 책 도입부에는 컴파일에 대해 써있었던 것 같다.
다들 업무를 열심히 하시고 있는 가운데 나는 사무실 속의 독서실에 앉아 있는 느낌이었다. 1-2시간이 넘어가자 졸음이 밀려왔고, 커피를 마시고 싶었으나 꼭대기 층에 있는 카페에 혼자 가기는 무리였다. 책에 내용이 하나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컴파일이라는 부분을 넘어가니 모니터에 글자를 출력하는 부분이 나왔다. '개발 공부를 하는데 갑자기 모니터에 글자를 출력하네..이게 개발인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원래 다들 시작을 하는건가라는 생각과 내가 잘하고 있는게 맞는건가, 이렇게 하다보면 옆자리 앉은 선배의 모니터에 있는 빼곡한 코드들을 나도 할 수가 있게 되는건가 싶었다.
그래서 이 글의 주제인 어떤 언어를 공부해야 할 지는 언제 말할껀데?
라고 물으신다면, 이제 대답을 해드리면 될 것 같다.
사실 나는 자바라는 언어를 내 스스로 선택한 것은 아니다. 우연히 입사한 회사가 자바를 기반으로 하는 회사였고 자연스럽게 자바를 처음으로 접하게 되었다. 지금 개발자로 일하면서 선배, 후배, 친구들에게 많은 질문을 받곤 한다. 프로그래밍 공부를 해보고 싶은데 무엇을 먼저 해야하는지, 조금 알아본 친구들은 무슨 언어부터 시작하면 되는지 물어보곤 한다.
정답부터 말하자면 정답은 없는 것 같다. '프로그래머의 길, 멘토에게 묻다' 라는 책에는 언어를 선택하는 기준에 좋은 멘토를 곁에 둘 수 있는 언어를 선택하라고 말한다. 나도 이 생각에 동의한다. 어떤 언어를 선택하든지 상관없다. 내가 학습하기에 가장 좋으면 된다. 쉬운 언어, 어려운 언어를 구별하지 않는 것이 좋다. 외국어를 공부할 때 영어랑 중국어 중에 무엇을 공부할지 선택하면서 둘 중 뭐가 쉬운 언어인지 고민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하고 싶은 언어 또는 주변에 그 언어를 사용하고 있는 사람이 있는 언어를 선택해라.
만약 나를 알고 있는 사람이라면, 자바를 선택하길 권한다. 내가 도움을 줄 수 있다. 다른 개발자나 멘토가 있다면 그 사람이 쓰는 언어를 선택해라. 그리고 지겹게 그 사람을 괴롭혀라. 만약 주변에 아무런 멘토가 없다고 한다면 자바를 선택해라. 도움이 될 진 모르겠지만 내가 계속 자바 학습기를 써나갈테니 흥미롭게 읽으면서 따라온다면 어느정도까지 같이 학습하는 느낌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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